1.
안양천을 따라 걷고 있었다. 멀리서 산책하는 노부부의 뒷모습이 보였다. 머리가 희어진 남자와 허리가 구부정한 여자는 서로의 손을 꼭 붙들고 있다. 그들은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걸어 나갔다. 자전거가 쌩 하고 지나가거나 조깅하는 사람들이 옆을 지나쳐도 그들은 급할 것도 없다는 듯 꼭 같은 속도로 걷는다. 나는 가던 길을 멈추고 노부부의 고요한 산책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그리고 우리가 함께 손을 잡고 산책할 날이 얼마나 오래일지 가만히 생각해본다.
2.
여전히 함께 살아간다는 감각은 어색하다. 결혼한 지 이 년이 넘었지만, 아내는 종종 당신이 왜 여기에 살고있냐는 의문스러운 눈빛을 보낸다. 나도 그 묘한 미시감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어서, 곧 내 집으로 돌아갈 거라며 농담을 던지곤 한다. 나는 앞으로도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일이 경이로운 사건이기를 바라고 있다.
3.
'화'라는 감정에는 두 가지 마음이 있다고 한다. '나는 맞았고 너는 틀렸어. / 그러니까 나는 너를 바꿀 거야.' 만약 서로가 다르다는 걸 이해하고, 상대방을 바꿀 수 없다는 걸 인정한다면 아마 화낼 일이 없을 것이다.
우리는 정반대의 사람이었고 그것은 서로에게 힘이 되었다. '당신과 나는 매우 다른 사람이야. 종종 같은 마음을 발견한다면 오히려 신기한 일이지. 그 사실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거야. 그리고, 그로 인해 우리는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을 거야.' 우리가 다투지 않고 함께할 수 있었던 이유는 어느 순간부터 이런 마음에 동의했기 때문일 것이다.
4.
앞으로 우리는 복잡하고 지난한 일들을 수없이 만날 것이다. 그럼에도 겁이 나지 않는 이유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우리가 함께 살아갈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서로의 손을 잡고 고요히 산책하는 노부부처럼 함께, 오래이기를 바라본다.
2022년 2월 14일
우리를 생각하며
윤성용 드림
1.
안양천을 따라 걷고 있었다. 멀리서 산책하는 노부부의 뒷모습이 보였다. 머리가 희어진 남자와 허리가 구부정한 여자는 서로의 손을 꼭 붙들고 있다. 그들은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걸어 나갔다. 자전거가 쌩 하고 지나가거나 조깅하는 사람들이 옆을 지나쳐도 그들은 급할 것도 없다는 듯 꼭 같은 속도로 걷는다. 나는 가던 길을 멈추고 노부부의 고요한 산책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그리고 우리가 함께 손을 잡고 산책할 날이 얼마나 오래일지 가만히 생각해본다.
2.
여전히 함께 살아간다는 감각은 어색하다. 결혼한 지 이 년이 넘었지만, 아내는 종종 당신이 왜 여기에 살고있냐는 의문스러운 눈빛을 보낸다. 나도 그 묘한 미시감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어서, 곧 내 집으로 돌아갈 거라며 농담을 던지곤 한다. 나는 앞으로도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일이 경이로운 사건이기를 바라고 있다.
3.
'화'라는 감정에는 두 가지 마음이 있다고 한다. '나는 맞았고 너는 틀렸어. / 그러니까 나는 너를 바꿀 거야.' 만약 서로가 다르다는 걸 이해하고, 상대방을 바꿀 수 없다는 걸 인정한다면 아마 화낼 일이 없을 것이다.
우리는 정반대의 사람이었고 그것은 서로에게 힘이 되었다. '당신과 나는 매우 다른 사람이야. 종종 같은 마음을 발견한다면 오히려 신기한 일이지. 그 사실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거야. 그리고, 그로 인해 우리는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을 거야.' 우리가 다투지 않고 함께할 수 있었던 이유는 어느 순간부터 이런 마음에 동의했기 때문일 것이다.
4.
앞으로 우리는 복잡하고 지난한 일들을 수없이 만날 것이다. 그럼에도 겁이 나지 않는 이유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우리가 함께 살아갈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서로의 손을 잡고 고요히 산책하는 노부부처럼 함께, 오래이기를 바라본다.
2022년 2월 14일
우리를 생각하며
윤성용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