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나 일주일 동안 뭐한 거야?"

이런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 학생 시절에는 얼른 주말이 오기만을 바랐었는데, 지금은 그렇지만도 않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시간만 흘러갔다는 두려움이 더 크다. 오늘은 지난 일주일의 기억을 좀 되짚어봐야겠다. 그러지 않으면 내 시간은 허투루 지나간 것만 같은 기분이다.

월요일. 오전 6시에 일어나 부랴부랴 뉴스레터를 쓴다. 잠도 덜 깬 상태에서 그럭저럭 해냈다. 요즘은 아침에 일어나 글을 쓴다. 밤에는 머리가 복잡하고 체력도 없다. 일찍 일어난 날에는 개운한 마음으로 회사에 간다. 코로나가 다시 극성이다. 4차 유행이 예상된단다. 대응정책을 다시 검토하고 논의한다. 여러 가지 일을 타워디펜스처럼 쳐낸다. 어느덧 퇴근. 나는 팟캐스트 편집을 하기로 해놓고 일찍 잠들어버린다.

화요일. 일찍 잔 주제에 늦잠을 잤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출근한다. 오후 내내 줄줄이 미팅이 있다. 오늘은 사내에서 라이브 방송을 송출하는 날이기도 하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형식을 따서 구성원들을 인터뷰하는 코너를 진행했다. 말도 하나 제대로 못 하고 임기응변도 없던 내가 이제는 여기까지 해낸다는 게 감격스럽다. 팟캐스트를 시작하고 지속한 일이 이토록 소소한 변화를 이끌어내다니 참 감사했다. 그러다 퇴근 후 내 인터뷰 녹음본을 편집할 때 생각이 바뀌었다. '아, 나는 잘하게 된 게 아니라 그냥 하는 거였구나.' 잘하는 사람은 애초에 바라지도 않았으니 그냥 하는 사람이라도 되어야겠다.

수요일. 건강검진이 있는 날이다. 처음으로 수면 위내시경을 경험했다. 침대 위에 옆으로 웅크려 눕고 주사를 맞는다. 아무런 느낌이 없길래 '간호사님, 얼마나 기다려야 하나요?'라고 물어보려는 찰나, 누군가가 내 어깨를 흔들었다. "이제 일어나시면 돼요." 그렇다. 이미 끝나버린 것이다. 나는 멋쩍기도 하고 한편은 두려운 마음으로 몸을 일으켰다. 사람은 이토록 쉽게 잠들고 그렇게 영원히 사라질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목요일. 아침 일찍 뉴스레터를 보내고 출근한다. 회사에서 있는 시간이 후루룩 지나갔다. 이상하게 목요일에는 여러 일을 해내기가 어렵다. 가장 지치기도 하고 기대감도 없는 요일이라서 그런가 보다. 퇴근 후 영화 <더 랍스터>를 봤다. '잔혹 동화', '부조리극', '블랙 코미디'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영화다. 역사적으로 가장 오래된 콘텐츠인 사랑은 이토록 다양한 방식으로 다루어지게 되었구나, 생각했다. 나는 한줄평을 고민해본다. '사랑은 규칙과 규율 바깥에서 피어난다.'

금요일. 괜히 마음이 좋아지는 금요일이다. 맛있는 점심을 먹고 편안한 마음으로 시간을 보낸다. 주말을 기대하는 마음이다. 그러나 지금껏 겪어본 바로는, 막상 주말이 되어도 별다른 일이 없다. 어쩌면 주말을 보내는 마음보다 주말을 기다리는 마음이 더 기쁘고 즐거운지도 모르겠다. 눈감고도 무사히 지날 수 있는 마지막 퇴근길을 걸어간다. 배달 음식을 먹으면서, 의미 없이 즐거운 영상들을 보면서, 아내와 시답잖은 농담을 주고받으면서 늦은 새벽에 잠이 든다.

지난 일주일을 정리하고 나니, 참으로 사소하고 평범한 일상이라는 걸 다시 깨닫는다. 그래도 내 삶에 어느 정도 변화를 만들어냈으니 의미가 없지는 않을 테다. 니체는 영원회귀 사상을 말했다. '우리가 죽고 나면 우리가 지금까지 살았던 삶을 그대로 반복하게 된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당신은 지금 이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이 이 사상의 시작이자 끝이다. 내가 만약 지난 일주일을 평생 반복하게 된다면, 그건 행운일까 불행일까. 만약 다음 일주일을 평생토록 살아가야 한다면, 나는 어떤 마음으로 일주일을 보낼까.

2021년 5월 첫째 주
일기와 에세이의 차이를 생각하며
윤성용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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