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요즘은 어떤 글을 써도 비관적으로 끝난다.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던 지난 다짐이 버겁다. 내가 쓰고 읽는 것이 삶에 반영된다고 믿는다. 그러니 당신도, 나도 비루한 이야기는 되도록 멀리하는 것이 좋겠다. 그런 점에서 오늘은 이번 주에 적어놓은 메모들을 나눈다.
2.
철이 일찍 든 아이를 보면 마음이 아프다.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아이를 보면 더더욱 그렇다. 아이는 아이답고 어른은 어른다운 것이 바람직한 사회라고 들었다. 요즘은 일찍 어른이 되는 아이들과 아이로 돌아가고 싶은 어른들이 자주 보이는 듯하다. 대표적으로 내가 그렇다.
3.
요즘은 니체에게 삶을 배우고 있다. 니체는 무엇에도 기대지 말고 자신의 길을 가라고 말했다. 그의 사상이 어찌나 뜨겁던지, 백 년이 지난 지금 내 가슴에 불을 지폈다. '자신을 경멸해보지 않은 사람은 내면 깊이 내려가 보지 않은 사람이다.'라는 그의 말을 발견했을 때 나는 몹시 기뻤다. 나는 나에 대한 경멸을 먹고 자랐다. 그게 늘 마음에 걸렸다.
4.
어느 주말 아침에 아내가 물었다."오늘은 뭐하고 싶어?"나는 오늘 할 일을 나열했다. 그러자 아내가 다시 물었다."해야 하는 거 말고 하고 싶은 건 없어?"그 말을 듣고 숨이 턱 막혔다. 언젠가부터 삶을 일처럼 해내고 있었다. 사는 일을 할일 목록을 지워가는 끝없는 숙제처럼 여기고 있던 것이다. 나는 대답했다."무엇이든 하고 싶어. 해야 하는 일이 아닌 걸로.""그럼 우리 산책하러 가자. 선착장에서 한강 보면서 삼겹살도 구워먹구."아내가 말했다."좋아."내가 말했다. 그날은 최근 들어 내가 보낸 최고의 하루였다.
5.
어제부터 인쇄에 들어갔다. 두 번째 책이었다. 이번엔 제대로 해보겠다고 많은 분을 붙잡고 귀찮게 했다. 덕분에 후회가 남지 않을 책이 나오게 되었다. 화면으로 보던 글들이 손에 잡히는 책이 된다는 게 여전히 신기하고 두렵다. 점점 더 나은 책을 낸다는 것도 큰 기쁨이다. 글은 여전히 어설프고 서투르다. 어느 시절의 내 모습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이려고 한다. 봄이 지나면 조금 쉬어야겠다.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못하면서 너무 많은 것을 붙잡고 있었다.
2021년 3월 넷째주
하고 싶은 일을 생각하며
윤성용 드림
1.
요즘은 어떤 글을 써도 비관적으로 끝난다.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던 지난 다짐이 버겁다. 내가 쓰고 읽는 것이 삶에 반영된다고 믿는다. 그러니 당신도, 나도 비루한 이야기는 되도록 멀리하는 것이 좋겠다. 그런 점에서 오늘은 이번 주에 적어놓은 메모들을 나눈다.
2.
철이 일찍 든 아이를 보면 마음이 아프다.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아이를 보면 더더욱 그렇다. 아이는 아이답고 어른은 어른다운 것이 바람직한 사회라고 들었다. 요즘은 일찍 어른이 되는 아이들과 아이로 돌아가고 싶은 어른들이 자주 보이는 듯하다. 대표적으로 내가 그렇다.
3.
요즘은 니체에게 삶을 배우고 있다. 니체는 무엇에도 기대지 말고 자신의 길을 가라고 말했다. 그의 사상이 어찌나 뜨겁던지, 백 년이 지난 지금 내 가슴에 불을 지폈다. '자신을 경멸해보지 않은 사람은 내면 깊이 내려가 보지 않은 사람이다.'라는 그의 말을 발견했을 때 나는 몹시 기뻤다. 나는 나에 대한 경멸을 먹고 자랐다. 그게 늘 마음에 걸렸다.
4.
어느 주말 아침에 아내가 물었다."오늘은 뭐하고 싶어?"나는 오늘 할 일을 나열했다. 그러자 아내가 다시 물었다."해야 하는 거 말고 하고 싶은 건 없어?"그 말을 듣고 숨이 턱 막혔다. 언젠가부터 삶을 일처럼 해내고 있었다. 사는 일을 할일 목록을 지워가는 끝없는 숙제처럼 여기고 있던 것이다. 나는 대답했다."무엇이든 하고 싶어. 해야 하는 일이 아닌 걸로.""그럼 우리 산책하러 가자. 선착장에서 한강 보면서 삼겹살도 구워먹구."아내가 말했다."좋아."내가 말했다. 그날은 최근 들어 내가 보낸 최고의 하루였다.
5.
어제부터 인쇄에 들어갔다. 두 번째 책이었다. 이번엔 제대로 해보겠다고 많은 분을 붙잡고 귀찮게 했다. 덕분에 후회가 남지 않을 책이 나오게 되었다. 화면으로 보던 글들이 손에 잡히는 책이 된다는 게 여전히 신기하고 두렵다. 점점 더 나은 책을 낸다는 것도 큰 기쁨이다. 글은 여전히 어설프고 서투르다. 어느 시절의 내 모습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이려고 한다. 봄이 지나면 조금 쉬어야겠다.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못하면서 너무 많은 것을 붙잡고 있었다.
2021년 3월 넷째주
하고 싶은 일을 생각하며
윤성용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