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애절한 거죠. 매 순간이 지금 이 순간과의 헤어짐이니까요."
가끔 책에서 만난 문장이 잊히지 않을 만큼 마음속 깊이 새겨질 때가 있다. 내게는 이 문장이 그렇다. 올해에 작고한 이어령 선생님과 김지수 기자의 대화를 담은 책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에 나온 문장이다. 처음 이 문장을 읽었을 때는 미처 알지 못했는데, 두세 번 정도 다시 살펴본 후에야 '아, 너무 탁월한 말이다.' 하며 감탄했다.
나는 늘 애절했다. 견딜 수 없이 애가 탔다. 사랑하는 사람을 가만히 바라볼 때도, 친구들과 술을 마실 때도, 여유롭고 조용한 길을 산책할 때도 한편으로는 그런 마음이었다. 지금 느끼는 충만함이 다시는 돌아올 수 없으며, 대부분의 시간들이 그러하듯 영영 잊힐 것이라는 걸 알았다. 지금 이 순간을 떠나보내는 게 늘 안타깝고 서운했다.
그건 쿠키 상자에서 가장 맛있는 쿠키부터 꺼내먹는 것과 같았다. 언제나 오늘 먹는 쿠키가 가장 맛있는 쿠키였다. 하지만 동시에 어제 먹은 쿠키가 무척 그립고 내일 먹을 쿠키가 그리 기대되지 않는 기분이 되었다. 오늘 먹는 쿠키에만 집중하면 되는데, 슬프게도 나는 생각이 쓸데없이 많았다. 그게 나의 쓸쓸함과 음침함을 키웠다.
누구나 이 순간과 헤어지며 산다. 김광석의 노랫말처럼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다. 나는 모두가 이별하는 마음일 것이라고 믿고 있다. 어쩌면 그런 마음을 우연히 스쳐 지나가듯 알아차린다거나 꿈처럼 쉽게 잊고 살아갈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무튼 시간이 흘러간다는 걸 감각한다면, 내일이 어제와 다르다는 걸 안다면, 이미 지나간 행복의 순간들을 기억하고 있다면 누구나 이 헤어짐이 애절할 것이라고 믿는다. 만약 나만 그렇다고 생각하면 아마 조금, 많이 외로울 것 같다.
2022년 11월 8일
애절한 마음으로
윤성용 드림
"늘 애절한 거죠. 매 순간이 지금 이 순간과의 헤어짐이니까요."
가끔 책에서 만난 문장이 잊히지 않을 만큼 마음속 깊이 새겨질 때가 있다. 내게는 이 문장이 그렇다. 올해에 작고한 이어령 선생님과 김지수 기자의 대화를 담은 책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에 나온 문장이다. 처음 이 문장을 읽었을 때는 미처 알지 못했는데, 두세 번 정도 다시 살펴본 후에야 '아, 너무 탁월한 말이다.' 하며 감탄했다.
나는 늘 애절했다. 견딜 수 없이 애가 탔다. 사랑하는 사람을 가만히 바라볼 때도, 친구들과 술을 마실 때도, 여유롭고 조용한 길을 산책할 때도 한편으로는 그런 마음이었다. 지금 느끼는 충만함이 다시는 돌아올 수 없으며, 대부분의 시간들이 그러하듯 영영 잊힐 것이라는 걸 알았다. 지금 이 순간을 떠나보내는 게 늘 안타깝고 서운했다.
그건 쿠키 상자에서 가장 맛있는 쿠키부터 꺼내먹는 것과 같았다. 언제나 오늘 먹는 쿠키가 가장 맛있는 쿠키였다. 하지만 동시에 어제 먹은 쿠키가 무척 그립고 내일 먹을 쿠키가 그리 기대되지 않는 기분이 되었다. 오늘 먹는 쿠키에만 집중하면 되는데, 슬프게도 나는 생각이 쓸데없이 많았다. 그게 나의 쓸쓸함과 음침함을 키웠다.
누구나 이 순간과 헤어지며 산다. 김광석의 노랫말처럼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다. 나는 모두가 이별하는 마음일 것이라고 믿고 있다. 어쩌면 그런 마음을 우연히 스쳐 지나가듯 알아차린다거나 꿈처럼 쉽게 잊고 살아갈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무튼 시간이 흘러간다는 걸 감각한다면, 내일이 어제와 다르다는 걸 안다면, 이미 지나간 행복의 순간들을 기억하고 있다면 누구나 이 헤어짐이 애절할 것이라고 믿는다. 만약 나만 그렇다고 생각하면 아마 조금, 많이 외로울 것 같다.
2022년 11월 8일
애절한 마음으로
윤성용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