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우리의 얼굴도 예술이 될 수 있을까? 영화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

저는 어릴 적부터 마음 한켠에 예술가가 되고 싶은 소망이 있었어요. 하지만 그와 동시에, 예술은 특별한 사람만의 활동이라는 환상도 가졌지요. 어쩌면 '예술'이라는 단어가 제 삶과 멀어지게 된 것도 스스로 세운 높은 장벽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여러분들은 예술을 어떤 태도로 대해 왔나요?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의 공동감독 JR(왼쪽)와 아녜스 바르다(오른쪽)

오늘은 두 예술가의 프로젝트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을 소개해드립니다. 88살의 영화 감독 아녜스 바르다와 33살의 사진작가 JR이 공동 감독한 다큐멘터리이자 로드 무비예요. 두 사람은 프랑스의 시골 마을 곳곳을 여행하면서 주민의 사연을 듣고, 그들의 얼굴을 찍고 그것을 대형으로 인쇄해서 집이나 농장, 기차 위에 전시하는 작업을 합니다.

아녜스 바르다는 통통하고 귀여운 할머니입니다. 알고보면 누벨바그의 어머니, 1950년대의 프랑스 영화 사조를 이끌어갔던 전설적인 사진작가이자 영화 감독이죠. 머리는 흰색과 갈색으로 염색되어 있는데, 마치 머리 위에 눈이 내린 것 같은 모습입니다. 반면에 JR은 키가 크고 마른, 개구장이 같은 청년이에요. 늘 검정색 선글라스와 페도라 모자를 쓰고 있어요. 바르다는 JR의 선글라스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자꾸만 벗으라고 종용하지만, JR은 절대로 포기하지 않으면서 티격태격하는 모습도 나오죠.

뿔이 달린 염소 사진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JR과 아녜스 바르다

무려 55년의 차이지만 둘이 서로를 대하는 태도는 우정에 가까워요. 예술 아래에서는 나이차가 없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죠. 게다가 아녜스 바르다는 영화사에서도 거장이라고 말할 수 있을텐데요. 둘의 프로젝트는 여행이자 놀이처럼 느껴져요. 그만큼 이들에게 예술은 진지하지만 자연스럽고, 즐거운 활동이에요.

이들의 작업에는 두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첫째는 우연성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 둘째는 평범한 사람들을 소재로 삼는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쇠락한 탄광촌 마을에 마지막 주민으로 남아있는 자닌 할머니를 만나 사연을 듣고, 그녀의 얼굴 사진을 집 벽에 크게 부착하여 경의를 표하는 식이죠. 주민들의 얼굴을 찍고 전시하는 작업은 얼핏보면 단순해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진을 감상하다 보면 사람들은 어느새 그들의 생각을 이해하고,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게 되고, 그들이 빛나는 걸 느끼게 됩니다. 우리가 가진 평범한 얼굴과 삶이 놀라운 힘을 가진 예술이 될 수 있다는 사실도요.

프랑스 탄광촌 마을의 마지막 주민. 자닌 할머니의 집

이 영화를 보면서 많은 영감을 받았어요. 여행하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세상을 캔버스 삼아 표현하는 이야기에서 제가 얻은 것은 '자유로운 상상력'이었어요. 만약 나라면 어떤 사진을 찍고, 벽에 붙였을까 자꾸만 상상해보게 되었거든요. 마치 망치를 든 사람에게는 못만 보이는 것처럼요. 그것이 예술이 우리에게 주는, 그리고 이 영화가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바가 아닐까 싶어요. 조금만 상상력을 넓히면 할 수 있는 것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요. 어쩌면 우리 스스로가 우리 자신을 가두고 있었던 것은 아닐지 자유로운 두 사람의 여행을 통해 깨닫게 돼요.

영화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에 대해 궁금해지셨나요? 아래 '팟캐스트 듣기' 버튼을 누르면, 영화에 대한 정보와 간단한 에피소드, 그리고 저희의 감상을 들어보실 수 있어요.


xyzorba 뉴스레터를 구독해보세요.
우리가 잊고 사는 것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메일로 전해드립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뉴스레터 발송을 위한 최소한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이용합니다. 수집된 정보는 발송 외 다른 목적으로 이용되지 않으며, 서비스가 종료되거나 구독을 해지할 경우 즉시 파기됩니다.

광고성 정보 수신

제휴 콘텐츠, 프로모션, 이벤트 정보 등의 광고성 정보를 수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