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터]자기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

최근 독립서점 두 곳에서 북토크를 진행했다. 독자를 직접 만날 기회가 흔치 않아서, 이런 자리는 늘 반갑고 기쁘다. 북토크는 책이나 뉴스레터를 통해 소통하는 것과는 또 다른 차원의 경험이었다. 나를 바라보는 그들의 눈빛에는 저마다의 기대가 담겨 있었고, 표정에는 다양한 감정이 순간순간 스쳐 지나갔다. 그들 앞에 서면 어떻게든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특히 질문을 주고받는 시간이 의미 있었다. 어떤 질문들은 내가 잊고 있던 생각을 다시 꺼내주기도 했다. 그러면 마치 서랍 속에서 잊어버린 줄 알았던 물건을 발견한 기분이 들었다. 가끔은 나의 답변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느껴질 때도 있었다. 그럴 때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 질문을 다시 곱씹곤 했다.

예를 들어, 한 독자가 ‘의미를 부여해야 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어떻게 구분하는가’라는 질문을 했다. 책 속에 “나는 내 인생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려고 해서 스스로 피곤하게 만들고 있었다.”라는 문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내가 글을 쓰는 과정은 일상 속에서 작은 의미를 발견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우리처럼 생각이 많은 사람들은 어디에서 선을 그어야 하는가, 라는 것이 그 질문의 핵심이었다.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그것을 스스로에게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한때 나는 '나는 왜 계속 글을 써야 할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곤 했다. 처음에는 더 나은 글을 쓰고자 하는 고민의 과정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 질문은 오히려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왜 이렇게 쓸모없어 보이는 일에 시간을 쏟고 있을까?', '내 글이 정말로 누군가에게 의미가 있을까?' 어쩌면 나는 글을 그만두고 싶은 이유를 찾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의미를 찾아야 한다. 하지만 그 질문이 진실에 다가가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회피할 이유를 찾기 위한 것인지를 분명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마음은 불편한 감정을 잘 다루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 답은 오직 자기 자신만이 알 수 있다. 자신의 감정을 조용히 들여다보고 마주해야 한다. 분명 어렵지만 꼭 필요한 일이다.

나는 평생 나 자신과 함께 살아가야 하기에, 무엇보다도 나 자신을 속여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언젠가 스스로에게 사과하고 용서하는 순간이 필요하다. 그렇게 우리는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때로 다시 돌아가 질문에 답할 수 있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2024년 8월 26일
독자들을 만나 설렜던
윤성용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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