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언젠가 당신이 제 책의 오디오북을 맡아주시는 꿈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부끄럽지 않은 글을 쓰기 위해 지금도 연습하고 있습니다. 비록 저의 글이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당신이 이 책을 읽어주시고, 혹시나 작은 영감이라도 받으신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영광일 것입니다."
어제는 이런 편지를 썼다. 내가 가진 꿈을 고백하는 일이, 아마도 당사자에게는 부담이겠지만, 좀 더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에게도 여전히 꿈이 있다는 걸 기억할 수도 있고, 어떤 꿈은 마음 깊은 곳에서 바깥으로 나왔을 때 더 간절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2.
밤에 가볍게 조깅을 하던 중이었다. 한 10분쯤 뛰었을까. 문득 미시감이, 주변 풍경이 무척 낯설게 느껴졌다. 마치 다른 차원의 공간에 들어선 것 같았다. 흔들리는 나뭇잎이나 아파트 단지의 불빛이 분명하고도 부자연스럽게 느껴졌다. 그리고 '나는 왜 지금 여기에 있는 거지?'라는 의문이 떠올랐다. 갑자기 눈을 떠보니 불쑥 내가 되어 있는 기분이었다. 하늘에서 갑자기 툭 떨어진 존재에게 어떤 한 사람의 기억이 한 번에 주입된 것처럼 울렁거렸다. 시간도 느리게 흘렀다. 몇 발자국을 옮기는 동안 며칠이 걸린 것처럼 길게 느껴졌다.
요즘은 이런 기분을 예전보다 자주 느낀다. 낮잠을 자고 일어날 때, 새벽에 꿈에서 깨어날 때, 긴 시간 운전을 할 때, 홀로 분주한 밤거리를 거닐 때, 아주 오랜만에 익숙한 장소를 찾았을 때, 높은 건물에서 사람들이 지나는 풍경을 내려다볼 때, 영화가 끝난 후 몸을 일으켜 영화관을 빠져나올 때,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을 볼 때, 아이가 자고 있는 모습을 바라볼 때... 그때마다 종종 내가 수많은 순간들을 거쳐서 지금 여기에, 이런 상태로 있다는 것이 낯설게 느껴진다.
3.
요즘은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를 오디오북으로 듣고 있다. <연금술사>는 한 양치기가 자신이 가진 모든 걸을 내려놓고 꿈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소설이다. 그 여정은 험난하고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 소설에는 '마크툽'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마크툽. 기록되어 있다는 뜻이다. 그 일은 이미 일어나기로 정해져 있다고 말할 때 사용한다. 그때는 몰랐지만 모든 일은 지금 이 순간을 위해 필요한 것이었고, 지금 일어나는 모든 일들도 그럴 것이라는 것이다. 즉, 운명이라는 것이다.
나는 자유의지를 인정하지 않는 것 같아서 '운명'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편리한 면은 있다. 모든 일은 아주 복합적인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내 의지와 노력이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 때도 많다. 요즘 내 심경이 그랬다. 내가 손 쓸 수 없는 상황을 가만히 바라보아야 할 때마다 허탈하고 무기력한 마음이 들었다. 또는 내가 선택한 것이 옳은 길일지 확신이 서지 않을 때도 있다. 가끔은 그저 받아들여야 할 때가 있다. 그때마다 속삭여보기로 한다. 마크툽.
2024년 8월 12일
운명에 기대보고 싶은
윤성용 드림
1.
"언젠가 당신이 제 책의 오디오북을 맡아주시는 꿈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부끄럽지 않은 글을 쓰기 위해 지금도 연습하고 있습니다. 비록 저의 글이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당신이 이 책을 읽어주시고, 혹시나 작은 영감이라도 받으신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영광일 것입니다."
어제는 이런 편지를 썼다. 내가 가진 꿈을 고백하는 일이, 아마도 당사자에게는 부담이겠지만, 좀 더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에게도 여전히 꿈이 있다는 걸 기억할 수도 있고, 어떤 꿈은 마음 깊은 곳에서 바깥으로 나왔을 때 더 간절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2.
밤에 가볍게 조깅을 하던 중이었다. 한 10분쯤 뛰었을까. 문득 미시감이, 주변 풍경이 무척 낯설게 느껴졌다. 마치 다른 차원의 공간에 들어선 것 같았다. 흔들리는 나뭇잎이나 아파트 단지의 불빛이 분명하고도 부자연스럽게 느껴졌다. 그리고 '나는 왜 지금 여기에 있는 거지?'라는 의문이 떠올랐다. 갑자기 눈을 떠보니 불쑥 내가 되어 있는 기분이었다. 하늘에서 갑자기 툭 떨어진 존재에게 어떤 한 사람의 기억이 한 번에 주입된 것처럼 울렁거렸다. 시간도 느리게 흘렀다. 몇 발자국을 옮기는 동안 며칠이 걸린 것처럼 길게 느껴졌다.
요즘은 이런 기분을 예전보다 자주 느낀다. 낮잠을 자고 일어날 때, 새벽에 꿈에서 깨어날 때, 긴 시간 운전을 할 때, 홀로 분주한 밤거리를 거닐 때, 아주 오랜만에 익숙한 장소를 찾았을 때, 높은 건물에서 사람들이 지나는 풍경을 내려다볼 때, 영화가 끝난 후 몸을 일으켜 영화관을 빠져나올 때,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을 볼 때, 아이가 자고 있는 모습을 바라볼 때... 그때마다 종종 내가 수많은 순간들을 거쳐서 지금 여기에, 이런 상태로 있다는 것이 낯설게 느껴진다.
3.
요즘은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를 오디오북으로 듣고 있다. <연금술사>는 한 양치기가 자신이 가진 모든 걸을 내려놓고 꿈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소설이다. 그 여정은 험난하고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 소설에는 '마크툽'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마크툽. 기록되어 있다는 뜻이다. 그 일은 이미 일어나기로 정해져 있다고 말할 때 사용한다. 그때는 몰랐지만 모든 일은 지금 이 순간을 위해 필요한 것이었고, 지금 일어나는 모든 일들도 그럴 것이라는 것이다. 즉, 운명이라는 것이다.
나는 자유의지를 인정하지 않는 것 같아서 '운명'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편리한 면은 있다. 모든 일은 아주 복합적인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내 의지와 노력이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 때도 많다. 요즘 내 심경이 그랬다. 내가 손 쓸 수 없는 상황을 가만히 바라보아야 할 때마다 허탈하고 무기력한 마음이 들었다. 또는 내가 선택한 것이 옳은 길일지 확신이 서지 않을 때도 있다. 가끔은 그저 받아들여야 할 때가 있다. 그때마다 속삭여보기로 한다. 마크툽.
2024년 8월 12일
운명에 기대보고 싶은
윤성용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