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을 자주 할수록 삶이 여유롭다고 느끼는 경향이 있다. 오늘도 날씨가 좋다는 이유로 산책을 했다. '하늘은 우릴 향해 열려있어'라는 노랫말이 떠오르는 하늘이었다. 끝도 없이, 보이는 모습 그대로 영원일 것처럼 넓게 트여있었다. 새털구름이 천천히 흐르고 있었고, 어떤 새가 그 사이를 유영했다.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이런 하늘에도 마음이 일렁일 만큼, 나는 어떤 면에서는 무르고 약해져 있었다.
평온하고 단조로운 날들을 보내고 있다, 어떠한 불안도, 좌절도, 애씀도 없다. 그저 매 시간마다 작고 손쉬운 일들을 차곡차곡 해내고 있다. 나 자신을 밀어붙이지 않는 삶은 너무도 오랜만이라서, 금방 뭍으로 나온 사람처럼 어색하기도 하다. 여름 햇볕 아래에서는 사물이 뚜렷하고도 낯설게 느껴지듯, 이 모든 날들이 내게는 여전히 생경하다.
그런 시절이 있다. '행복'이라는 뭉툭한 단어로는 채 설명할 수 없는 시절, 하루하루는 그토록 선명한데 한 달은 무서울 정도로 빨리 지나가버리는 시절, 다시는 지금과 같은 기쁨은 누릴 수 없다는 걸 아는 시절. 힘들 때마다 꺼내어 재생하고 되감으며 위안을 얻을 그런 시절. 아마도 나는, 지금 그런 시절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다.
예전의 나는 기쁨을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 그때는 기쁨마저 불안했다. 이번에는 다르다. 환한 미소로 내게 찾아온 날들을 충분히 만끽하려 한다. 굳이 행복해지거나 성장하려고 애쓰지 않고. 단 한 번뿐인 하루를 있는 그대로 누리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살 것'을 다짐하고 노력하는 나는 여전히 멀었지만, 오늘 산책하며 본 그 하늘처럼 무해하게 열려있고 싶다.
2023년 9월 11일
산책을 하며
윤성용 드림
산책을 자주 할수록 삶이 여유롭다고 느끼는 경향이 있다. 오늘도 날씨가 좋다는 이유로 산책을 했다. '하늘은 우릴 향해 열려있어'라는 노랫말이 떠오르는 하늘이었다. 끝도 없이, 보이는 모습 그대로 영원일 것처럼 넓게 트여있었다. 새털구름이 천천히 흐르고 있었고, 어떤 새가 그 사이를 유영했다.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이런 하늘에도 마음이 일렁일 만큼, 나는 어떤 면에서는 무르고 약해져 있었다.
평온하고 단조로운 날들을 보내고 있다, 어떠한 불안도, 좌절도, 애씀도 없다. 그저 매 시간마다 작고 손쉬운 일들을 차곡차곡 해내고 있다. 나 자신을 밀어붙이지 않는 삶은 너무도 오랜만이라서, 금방 뭍으로 나온 사람처럼 어색하기도 하다. 여름 햇볕 아래에서는 사물이 뚜렷하고도 낯설게 느껴지듯, 이 모든 날들이 내게는 여전히 생경하다.
그런 시절이 있다. '행복'이라는 뭉툭한 단어로는 채 설명할 수 없는 시절, 하루하루는 그토록 선명한데 한 달은 무서울 정도로 빨리 지나가버리는 시절, 다시는 지금과 같은 기쁨은 누릴 수 없다는 걸 아는 시절. 힘들 때마다 꺼내어 재생하고 되감으며 위안을 얻을 그런 시절. 아마도 나는, 지금 그런 시절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다.
예전의 나는 기쁨을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 그때는 기쁨마저 불안했다. 이번에는 다르다. 환한 미소로 내게 찾아온 날들을 충분히 만끽하려 한다. 굳이 행복해지거나 성장하려고 애쓰지 않고. 단 한 번뿐인 하루를 있는 그대로 누리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살 것'을 다짐하고 노력하는 나는 여전히 멀었지만, 오늘 산책하며 본 그 하늘처럼 무해하게 열려있고 싶다.
2023년 9월 11일
산책을 하며
윤성용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