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터]아침 일기의 힘

매일 아침, 모닝페이지를 쓴다. 벌써 1년째 이어진 습관이다.

'모닝페이지(Moring Pages)'는 일종의 아침 일기로, 줄리아 캐머런의 책 ‘아티스트웨이’에서 처음 등장했다. 저자는 매일 아침, 아무 생각 없이 의식의 흐름대로 3 페이지 분량의 글을 써볼 것을 권한다. 문법이나 맞춤법에 얽매일 필요도, 누구에게 보여줄 필요도 없다. 그저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그대로 옮기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를 통해 마음속의 잡음을 정리하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를 공간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이 방식에 호기심이 생겼고, 그날부터 모닝페이지를 쓰기 시작했다. 글쓰기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저자의 방식을 그대로 따르지 않고, 나만의 방식으로 실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모닝페이지를 쓰지 않는다. 대신 사무실에 출근한 뒤 바로 모닝페이지를 쓴다. 글자 수나 분량에도 얽매이지 않는다. 매번 다르지만, 대략 아래와 같은 내용을 쓴다.

1) 나의 기분과 상태를 적는다. ‘오늘 아침 출근길이 가벼웠다’라든지 ‘뒷목과 허리가 뻐근하고 발목도 불편하다. 어제 운동할 때 무리했나 보다’라고 쓰는 식이다. 혹은 '이번주는 특히나 여유가 없는 기분이다. 일단 가장 큰 일들부터 정리해 보자.'라고 운을 떼기도 한다. 이렇게 나의 기분과 상태부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이어나갈 수 있다.

2) 어제를 회고하기도 한다. 어제 있었던 사건과 생각, 감정을 떠오르는 대로 적는다. 이를테면, ‘어제는 하기로 한 일을 전혀 하지 못했다. 시작이 너무 막막하다.’라든지, '그때는 조금 화가 났다. 오늘 아침에 다시 생각해 보니 내가 틀린 것 같다.'라는 식으로 적는다. 하루가 지난 뒤 어제 일을 바라볼 때 더 선명하고 객관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3) 오늘의 다짐을 쓴다. ‘적어도 의미 있는 과제 한 가지를 실행하자’라든지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보자.'라고 적는 식이다. 아주 사소한 것이어도 좋다. ‘점심시간에 간단히 스트레칭을 하자’라든지 '누군가에게 칭찬 한 마디를 하자.'라는 식으로 완수할 작은 목표를 정한다. 그러면 오늘 하루를 대하는 마음이 달라진다.

중요한 것은 쓰는 동안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다. 컵에 물을 따르는 것처럼, 그저 마음속 깊은 곳의 무언가를 꺼내어 그대로 담는 것이다. 글자가 채워지는만큼 마음속에 자리 잡은 감정을 비워낼 수 있다. 걱정, 불안, 분노, 충동, 자기혐오, 무기력과 같이 하루 사이에 쌓여있던 먼지들을 청소할 수 있다. 

모닝페이지를 쓰면 막혀 있던 생각이 다시 흘러갔다.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던 무거운 안개를 걷어내고, 생각의 윤곽을 선명히 그릴 수 있었다. 나는 지난 1년간 아침마다 이런 방식으로 나의 상태를 점검하고, 하루를 시작할 준비를 마쳤다. 여유가 없을수록, 나의 내면을 마주하고 대화하는 시간이 중요하다는 걸 깨닫는다.

2025년 1월 13일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며
윤성용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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