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터]어찌해 볼 수 없는마음

올해를 돌아보면 유난히 헛헛하다.

나는 늘 노력의 힘을 믿었다. 구겨진 이불을 정리하듯, 내가 세상의 일부를 바꿀 수 있다고 믿었다. 작게나마 내가 무언가를 기여할 수 있다고, 나의 결정과 행동이 다른 결과를 만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 해동안 투자자와 소통하는 일을 맡으면서 그런 믿음은 여지없이 깨졌다. 나의 노력은 너무나 보잘것없었고, 시장의 흐름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주가는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고, 나는 거대한 파도를 올려다보는 사람처럼 무기력해졌다.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는 조급함과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동시에 들었다.

올해 초에는 건물주의 변덕으로 소중히 가꾼 작은 공간을 잃었다. 갑작스러운 통보였다. 상식도, 법도 통하지 않았다. 실랑이를 벌이는 몇 주 동안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상담한 변호사는 승소 가능성을 확신했지만, 몇 년을 족히 걸릴 거라고 했다. 지난하고 긴 싸움을 이어갈 자신이 없었다. 결국 원래 받아야 할 것보다 적은 금액을 감수하고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여름은 밝고 즐거웠다. 특히 책을 출간한 일은 잘한 일이었다. 개정판이었지만, 책을 낸 기쁨은 같았다. 북토크를 활발히 진행한 것은 더 잘한 일이었다. 독자로부터 용기를 얻었다. 글쓰기에 있어서도, 삶 전반에 있어서도. 아이도 무척 빠르게 자랐다. 매일 새로운 변화를 발견했다. 아이가 생기면서 나를 위한 시간이 크게 줄었지만, 덕분에 내게 정말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자주 되묻게 되었다.

최근 목도한 정치적 혼란은 다시금 헛헛한 마음을 떠올리게 했다. 내가 느낀 것은 어찌해 볼 수 없는 마음이었다. 아무리 손을 뻗어도 닿을 수 없는 거리에서 무너지는 장면을 지켜보는 느낌이었다. 만약 발을 딛고 걸어야 할 땅이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나는 과연 무엇을 믿으며 살아야 할까? 그런 고민으로 지난 일주일을 보냈던 것 같다.

내년에는 '어찌해 볼 수 없는 마음' 앞에서 조금 더 단단해지고 싶다. 큰 변화에 휩쓸리지 않도록, 나만의 작고 단단한 변화를 만들어가고 싶다. 비록 세상의 모든 것을 바꿀 수는 없더라도, 내 손과 발이 다다를 수 있는 곳부터 하나씩 바꿔나가려 한다. 그렇게, 흔들리는 땅 위에서도 내가 걸어갈 길을 천천히 만들어가고 싶다.


2024년 12월 16일
올해를 돌아보며
윤성용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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